개발자가 되고 1년간 경험한 일들
2022년 다짐과 목표
1. 2021년 개발자가 되고 1년간 경험한 일들
2021.01.28
Hobby -> Occupation
2021년 1월 28일 개발자로서 드디어 취직을 했다. 그 전에 거의 3년간 다른 회사에서 다른 직무로 일했었기 때문에 첫 취업의 설렘 같은 건 사실 없었다. 다만 이전 회사를 그만두고 내 남은 커리어를 늦은 나이에 시작한다는 불안감과 늘 취미로 했던 코딩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다소나마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정말 운좋게도 자체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취직을 했고, 당시 개발팀이 새로 꾸려지는 상황이라 한 달 정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얻을 수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입사했지만 실무 수준에서는 거의 아는 게 없는 상태이기도 했고, 개발 팀장님께서 어떤 것이든 좋으니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중 본인이 원하는 직무를 선택해보라고 하셔서 백엔드 개발자로 정하고 자바 언어의 기초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블로그 기록들을 살펴보니 Vue.js를 공부했던 기록들이 있다. 개발팀장님께서 프론트엔드에서는 Vue.js를 쓸거라서 미리 공부를 좀 해놓으라고 하셔서 입사 2주 전부터 하루 종일 Vue만 공부했었다. 지금은 전혀 쓰지 않지만 재미있게도 내 블로그의 인기 TOP 10에는 항상 Vue.js 글들이 있다. 일은 안하고 공부만 하면서 블로깅을 해서 그랬던 걸까... 백엔드 개발자로 정하고 나서는 코드잇이라는 사이트에서 자바쪽을 공부했었는데 당시로써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라고 생각됐던 자바를 공부한다고 마음이 급했던지, 블로깅을 한 기록은 Weekly Report 뿐이다.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기초를 다졌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2월까지만 해도 어떤 일을 하는 건지도 모르고, 회사 동료 ny님, sr님과 기존 php로 작성된 레거시 코드를 분석하고, 우리가 개발할 사내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있고 동작하는지 파악만 했다. 개발 일은 거의 모르고 두 경력자분들의 이야기만들을 뿐이었다. 듣고만 있자니 일하는게 아닌 것 같아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개발 외 기획이나 시스템 구성 등에 대해서 내 맘대로 의견을 냈었는데 두 분께서 전혀 무시하는 기색없이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경청해주셨다. 사실 개발자가 된 지 1년이 다되가는 지금도 두 분은 내 질문들을 유쾌하게 받아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2021.03.16
본격적인 업무 시작
3월부터는 php 코드를 Java로 porting(이식)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3월 초쯤 파트장님도 새롭게 오셔서 기초 작업들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자바/스프링은 거의 모르는채로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그냥 따라 흉내내고 작동하게 하는 방법만 대충 아는채로 코딩을 시작했다. 조회만 하는 페이지라도 해보라고 일을 맡겨주셔서 어떻게든 만들긴 했었는데 groupBy가 뭔지도 몰라서 중복행 처리도 잘 안되있고, 덜렁거리다 빼먹은 부분도 많아서 혼났던 기억이 있다. 이전에 했던 직무에 비해서 훨씬 더 꼼꼼하고 섬세하게 일해야되는 분야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이때쯤 매일 회사 업무를 하면서 배웠던 부분들을 블로그에 조금씩 적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매일 암기하듯이 코딩했다. 재밌는건 이때쯤 적은 스프링 부트 : 기본 개념 1) Entity, Repository 개념 이라는 글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내 블로그에서 최고의 조회수를 찍는 글들 중 하나이다. 그만큼 기초 지식이 없는 채로 나와 같이 어떻게든 공부해보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글은 별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일지언정, 나름 댓글도 2개나 달리고 내가 배웠던 부분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눌 때 즐겁고 보람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고마운 글이다.
5월쯤부터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프런의 김영한님의 스프링 강의들을 듣고 블로그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깨져가면서 어떻게든 암기하듯이 코딩하다가, 원리와 구조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게 되다보니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생각들을 했었다.
- 필요성을 먼저 깨우치고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지식을 흡수하는데 유리하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내가 배운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면, 그가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는 과정을 겪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파편화된 지식들을 모아서 정리해가며 공부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책이나 강의와 같이 돈은 조금 들지만 전체 체계를 아우르며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 기록(블로깅)은 필수이다. 블로깅의 장점은 수없이 많지만 가장 큰 장점은 메타인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의 언어로 작성하여 내가 해당 개념을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지 표현해볼 수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 짬짬이 다시 복습해볼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때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하다보니 코딩에 더 재미가 붙었고 회사에서는 이제 비즈니스 로직이 필요한 부분도 일부 내가 맡게 되었다. 회사와 함께 성장해나가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많이 누렸던 것 같다.
2021.06.28?
프로젝트 완료, 새로운 시작
정확한 날짜를 알 순 없지만 개인적인 Weekly Report 기록을 보면 프로젝트 마무리를 한다고 6/27 일요일도 출근을 했다고 되어있다. 이맘때쯤 인천 창고에 출장도 갔었다. 자잘한 문제가 있었지만 현업에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을 잘 인도하고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다. 팀장님, 팀원들과 자축의 의미로 저녁에 치맥도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3개월 정도라 짧은 줄 알았는데 구체적인 사건들을 회상해보니 정말 길었던 3개월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추억도 많이 쌓은 것 같다. 회사 동료 분들과 더욱 친해지고 더 익숙해지기도 했고 짧은 기간에 회사에 새로운 분들도 들어오고 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 건물도 청담쪽으로 이전하게 됐다. 코로나도 심해지고, 정신이 없던 와중에 이때는 팀을 다시 정비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이였던 것 같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백엔드 개발자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개발자로서 나중에는 프론트엔드 쪽도 좀 할 줄 알아야겠지만, 나의 성향 자체가 백엔드 개발자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기계과라 실제로 뭘 만지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오히려 어떤 체계와 시스템을 구성하는 일을 재밌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 직장 상사께서 내게 본인의 기질을 잘 찾고 그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잘 선택하라고 하셨었는데, 안해보고는 모른다는 생각에 해봤는데,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이 일이 너무 재밌고 행복한데, 보통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잘 없고, 개발자 중에서도 이런게 본인과 잘 맞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2021.09.22
프로젝트 2.0
7월부터 9월까지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이 시기엔 개인적인 일도 많았고 공부할 것도 많았다. 7월부터는 이사갈 집을 알아보러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고, 여름이라 많이 놀러다니기도 했고, 집안이나 주위에 행사도 많았다. 어쨌든 짬을 내어 스프링 강의를 듣고 블로깅을 꾸준히 했다. 그래도 이 과정들이 괴롭고 힘들다기보다는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기쁨, 그리고 나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충만감이 드는 과정이였다. 일을 해도 일같이 느껴지지가 않았고 공부하는 것마다 새롭고 신기했다. 나만의 전공이 있고 전문성을 쌓아가고 싶다는 욕망은 이십대 초반부터 내가 그토록 바래왔던 삶이였다. 그런 삶을 이제야 얻게 된 것 같아서, 퇴근하고 눈이 아프고 잠이와도, 졸면서 타이핑을 하며 공부를 해도 행복했다. 그렇게 스프링을 어느 정도 익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인과 비슷하게 건강과 물질적 부를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스페인 사람들도 Occupation을 중요시한다. 대만에서도 Occupation은 5순위 안에 없지만, 적어도 Hobbies라도 있다. 한국인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나는 대다수의 한국인처럼 살고 싶지 않다. 인생의 3분의 1은 자야하고, 3분의 1 이상을 일해야하는데, 그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다. 하루라도 더 빨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1년쯤 지난 지금 그때의 나의 선택에 너무 감사하다.
2021년 12월 프로젝트 2.0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프레임워크도 열심히 공부하고, 개발자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해야되는지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프로젝트 1.0에서 php 코드를 자바 코드로 바꾸면서 내 자신도 하드웨어 엔지니어에서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Porting 됐다고 한다면, 프로젝트 2.0에서 새로운 컨셉의 시스템을 꾸미듯이 내 인생도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2. 2022년 다짐과 목표
다짐
차분하자. 내면의 평화가 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
우리 은하에만 수 천억개의 행성이 있고, 우주 공간의 바늘만한 점에 수 천억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모든 것은 우주 안의 먼지일 뿐이다.
목표
Family를 이루자
개인 프로젝트를 완료하자
분기마다 인바디를 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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